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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기/팟캐스트 요약

[지대넓얕] 영화 컨택트와 선형시스템 - 페르마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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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131회-132회 [새해] 채사장의 선물 (외계인과의 접촉)

- 일부 스포 가능성 있습니다



들어가며

영화 컨택트는 외계인의 소재를 다뤘지만, 액션신은 전혀 없습니다. 총구를 겨누는 일도 루이즈가 몰래 전화기를 사용할 때 뿐이고, 폭탄이 한번 터지긴 하지만 극적이거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주 재미있고 여러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많이 만들어 줍니다.

우리의 사고가 언어에 의해 영향을 받아, 비선형적 언어를 통해 시간에 독립적으로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는 목적론적 인식은 저에게 굉장히 새롭고 충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소설에 나온 페르마의 원리에 대해 공부해 봐야겠습니다.





선형시스템

선형적이다는 것은 말 그대로 1차원, 직선적인 것입니다.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 때,



선형적인 경우, 초기값만으로 그 변화를 쉽게 유추할 수 있고, 또한 여러가지가 중첩된 입력에도 각각의 입력의 출력을 더하면 되는 중첩의 원리가 적용됨을 의미합니다. 즉 상호 간에 어떤 연관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물리적, 수학적 이론들이 이 선형시스템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실 생활이나 많은 시스템은 비선형적입니다. 비선형시스템은 아직 이론적으로 분석이 어려워 선형시스템으로 근사화하여 해석하거나, 혹은 선형성을 이용하여 비선형 요소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페르마의 원리

놀라운 방식으로 증명을 했지만 여백이 좁아 기록하지 않았다는 페르마(Pierre de Fermat)의 마지막 정리로 유명한 페르마. 그는 사실 수학자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취미로 한 수학에서 엄청나고 위대한 업적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 중, 소설에서 소개된 페르마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페르마의 원리는, 1661년에 프랑스의 수학자 페르마가 극대극소 문제의 해법을 광학에 접목하여 만들어낸 원리로 최단시간의 원리라고도 합니다. 이는 공간의 두 점 사이를 지나는 빛이 반사와 굴절을 통해 진행할 때, 걸리는 소요시간이 최소가 되는 걸리는 경로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빛이 다른 두 매질을 통과하게 될 때, 적절하게 꺾이게 되는데 이는 스넬의 법칙에 따라 입사각, 굴절각을 수학적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르마는 역으로 빛의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가 되는 경로를 생각하면 그 굴절각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론적으로는 스넬의 법칙과 페르마의 원리의 결과는 같은 경로를 가지게 됩니다. 즉, 다른 접근방식일 뿐 같은 현상을 찾아낸 것입니다.



채사장은 이 페르마의 원리에 대해 굉장히 신비로워 합니다. 왜냐하면 빛이 이동을 할 때 최단 시간이 걸리는 경로라는 것은, 목적지와 거리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해수욕장에 A라는 사람이 물에 빠져 있을 때, B라는 사람이 그를 구하러 달려갑니다. 대각선 방향의 A를 구하기 위해서는 최단 거리인 빨간 경로로 가는 것이 아니라, 파란 경로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게 구할 수 있습니다. 모래사장에서의 속도가 물 속에서의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최대한 달려가는 구간이 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A의 위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최단 시간으로 가기 위한 경로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페르마의 원리를 먼저 생각해보면 최단 시간이 걸리는 경로로 빛이 이동하려면 그 빛은 이미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빛은 일단 선택 가능한 경로들을 검토하고 각각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를 계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경로를 택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빛은 자신의 목적지를 정확히 알며 목적지로 가는 경로 중간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까지 사전에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물리법칙은 인과적 특성을 지니는 데 반해, 페르마의 원리같은 변분 원리는 목적론적으로 보입니다. 시간에 구속되지 않고 미래를 알면서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이 언뜻 잘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인간은 삼차원으로 사고하니까 빛의 굴절을 인과관계로 보지만 차원을 하나 더 인지할 수 있으면 이것을 선형 구조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고 김도인님이 말합니다. 우리는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시간의 흐름을 선형적으로, 일방향성으로 이해하고 과학이 발전해 왔지만, 헵타포드와 같이 시간에 대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시작이 끝이며 시작과 끝의 구분이 없는 것이면 시간에 구속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앞뒤좌우, 상하로 움직이듯 시간을 앞뒤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영화 컨택트는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영화입니다. 첫째는 비선형적인 언어에 의해 사고가 결정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시간에 독립적일 수 있는가, 셋째는 자세히 다루진 않았지만 미래를 알게 되면서 그 미래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결정론 혹은 운명론에 관한 것입니다. 판타지가 아닌 과학소설의 묘미가 아주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혹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지대넓얕을 한번 듣고 영화를 감상하시면 더욱 재미있는 관람이 되실 것 같습니다.



지대넓얕 131회-132회 [새해] 채사장의 선물 (외계인과의 접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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