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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기/팟캐스트 요약

[지대넓얕] 영화 컨택트와 선형시스템 - 언어의 선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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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131회-132회 [새해] 채사장의 선물 (외계인과의 접촉)

- 일부 스포 가능성 있습니다.



들어가며

지난 포스팅에서는 영화 컨택트(원제 : Arrival) 와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원제 : Story of your life) 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 보았습니다. 이야기 꾼 채사장님이 풀어내는 영화와 소설의 줄거리를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들었는데, 후반부에 과학적인 부분에서 채사장님과 이독실님의 대화를 들을 때는 소설 전개에 더불어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아주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언어와 사고

채사장님이 이번 지대넓얕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언어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사고를 움직이는 언어적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언어적 특성에 의한 행동, 사고 결정이 먼저인지, 아니면 헵타포드의 행동 사고방식에 의해 그들만의 언어적 특성이 나타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의 언어적 특성에 의해 우리의 사고가 거기에 맞춰져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제에 대해 각 패널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피어-워프 가설

사피어-워프 가설은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이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언어학적인 가설입니다.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고 의사 표현을 하는 수단은 글과 말이므로, 그런 언어의 특성, 종류, 어휘 등에 의하여 해석, 사고 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설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춥다'의 반대어로 '덥다'가 아니라 '안춥다' 를 사용하거나 '좋다', '더좋다', '더더좋다' 하는 식으로 어휘를 줄임으로써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이 묘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러한 가설은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어가 달라도 공통되고 보편화된 문화가 많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선형성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직선적으로 인식합니다. 김도인님의 의식의 기원 편에서도 나왔듯이, 우리가 눈을 감고 과거-현재-미래를 떠올려보면 왼쪽에서부터 과거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갈수록 시간이 지나가도록 연상을 합니다. 우리의 언어도 이러한 선형성을 따릅니다. '나는, 밥을, 먹는다.' 는 식으로 순서가 있고 발음 또한 순서대로 하게 됩니다. 우리가 글을 쓸 때에도 우리는 한쪽 방향에서부터 작성을 하며 종이의 남은 공간을 생각하며 글의 길이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선형적 언어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규정하고, 시간의 흐름을 인과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 컨택트 속의 헵타포드들의 언어는 이러한 선형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원형으로 어떠한 순서나 끊김이 없고 어디에서부터 읽어도 그 의미가 통하는 것입니다. 헵타포드의 언어에는 의미만 있을 뿐, 인과적인 사고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비선형적 언어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에 독립적인 것입니다. 원형의 문자는 시작이나 끝의 구분이 없고 어떠한 순서가 존재하지 않으며 전후, 인과관계가 없는 동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시성으로 인해 어떤 문장을 쓸 때에도 첫 글자를 쓰는 순간부터 마지막 글자까지가 이미 정해져 있는, 즉 문장 전체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영화와 소설 속에서 헵타포드는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시간에 구속되지 않으며 원인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결과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영화 속 루이즈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이러한 선형적 언어를 벗어나, 시간에 대한 독립성을 알게 됩니다. 시간을 헵타포드와 같이 인식하게 되면서 미래를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피어-워프 가설을 몸소 증명해 보인 사례가 되겠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됩니다. (딸의 이름이 한나 Hannah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앞에서 읽어도 뒤에서 읽어도 Hannah입니다.) 왜냐하면 비선형적 사고를 통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그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 비선형적 사고가 성립될 수 없고 미래를 알 수는 없는 것입니다. 뭔가 역설적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마치며

영화 컨택트를 보고, 또 지대넓얕을 듣고 정말로 언어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사고를 국한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화처럼 미래를 알 수 있는 정도까지 비선형적 언어와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언어가 오히려 생각과 사고, 상상력 등을 제한시킬 수도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통해 어떤 사회적이고 통념적인 시스템에 적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사장님의 말대로 아기나 유치원생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성인들의 다소 정형화된 그림과는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언어에 의한 사고가 확립이 되지 않아서 인지 단순히 발달이 진행 중이어서 그림 실력이 부족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한편으로는 암기과목을 암기할 때 처음부터 줄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각 책의 페이지나 강의노트를 전체적으로 외우는 '이미지 기억법'이 언어의 선형적인 특성을 깨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나의 그림을 보는 것 처럼 말이지요.


지대넓얕 131회-132회 [새해] 채사장의 선물 (외계인과의 접촉).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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