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 5회 - [경제] 먹고 사는 법 ① 에른스트 슈마허와 중간 기술
지대넓얕 초기에 다뤘던 에피소드를 정주행하며 공부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대넓얕은 종영을 했는데, 마지막 결산 화를 듣는데 괜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처음부터 들은 것은 아니지만 2015년 여름부터 재밌게 잘 들어왔는데, 급 종료하게 되어 너무나 아쉽습니다. 시즌의 종료라고 하니 다시 잔을 가득 채워 돌아와줄 때까지 못들었던 에피소드를 조금씩 들어봐야겠습니다.
이번 5회는 지난 3회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4회의 보수와 진보를 거쳐 자본주의의 대안적 삶이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패널들은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을 법한 다양한 제도 혹은 적용 사례를 들고 왔습니다. 저는 정말 생전 처음 듣는 것들이라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김도인님이 소개한 '슈마허', '중간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에른스트 슈마허 Ernst Friedrich Schumacher
에른스트 슈마허는 1911년 독일에서 태어났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던 중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고, 스물 두살에 콜럼비아대의 교수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내 영국으로 다시 건너간 그는 마르크스의 저작을 탐독하며 반자본주의적 입장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국 소속으로 인해 영국의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풀려난 뒤 농장에서 일하며 노동의 의미에 대해 탐구하였고, 1950년부터 영국의 경제관료를 담당하였습니다. 1955년 슈마허는 미얀마를 다녀오게 되는데, 이때 불교에 기반한 삶을 보게 됩니다. 슈마허는 이러한 불교 경제학이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는 가장 최상의 가치가 최대 이윤의 추구, 최대의 소비로 보지만, 불교 경제학에서는 최소의 소비를 통해서 최대의 행복을 누리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봅니다. 경제의 본래적 목적이 물질적 번영이라기보다는 마음의 평화와 영혼의 안식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슈마허가 제시한 것이 바로 '중간 기술' 입니다.
중간 기술 Intermediate technology
중간 기술은 대규모, 자본집약적인 기술을 통해 대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거대 기술과 달리, 현지의 재료와 현지의 노동력을 통해 소규모 생산 활동을 하는 간단한 기술을 말합니다. 중간 기술은 자본이 적게 들고 제약이 적으며, 노동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슈마허는 이 중간 기술을 개발하여 개발도상국 등 제 3세계에 적용하고자 합니다. 선진국의 대규모, 자본집약적인 기술을 개도국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보다는, 인구 수나 규모, 경제력 등에 맞게 기술의 단위를 축소하여 적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 농촌 마을에서 자립 경제를 위하여 거대 선진 기술을 도입할 경우, 그 설비비와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또한 대량 생산의 결과만큼을 소비할 인구나 경제력이 없어 가치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각각의 공동체에 맞는 노동집약적인 간단한 기술을 이용하여 소규모의 생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슈마허는 적은 자본으로도 가능한 중간 기술로 지역 곳곳에 작은 일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일례로 잠비아에서 하루에 달걀 한 알 먹기 운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에 달걀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오히려 이 달걀을 포장할 달걀판이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슈마허는 달걀판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에 1년에 100만개의 달걀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어줄 것을 요청하지만, 다국적 기업에서는 가장 작은 기계도 한달에 1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다며 거절합니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아무리 발달된 기술이라도 그것을 적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결국 슈마허가 중간 기술을 이용하여 소규모로 달걀판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줬다고 합니다.
슈마허가 중간 기술로 강조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장은 대도시권에 집중시키지 않고 사람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만든다.
2. 직장은 고액의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고, 생산비가 싼 것이어야 한다.
3. 생산 기술도 비교적 간단한 것이어야 한다.
4. 원재료는 현지의 것을 사용하고, 제품도 현지에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슈마허의 경제비평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가 널리 읽히게 되면서 중간 기술 운동이 활발해졌고, 이후에 중간 기술은 적정 기술 (appropriate technology) 로 용어가 변경되었습니다.
오늘 날 적정 기술은 제 3세계 혹은 소외 계층을 위한 적합한 기술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이프 스트로우, Q드럼, 항아리 냉장고 등이 있습니다. 적정 기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공부해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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